흡연으로 자리를 비운시간은 근로시간일까

2018. 10. 22

정보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으로 최대 허용 가능한 근로시간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과연 무엇이 근로시간이고 무엇이 아닌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공표한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를 보면, 고용노동부가 바라보는 근로시간에 관한 판단기준과 그에 관한 몇 가지 사례들이 제시돼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언론들은 '흡연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인 것처럼 소개했다. 법제처의 공식 블로그에도 '흡연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면 흡연으로 자리를 비운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될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므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에서 소개된 판례(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에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이것이 근무시간 중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운 경우라도 근로시간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위 문언만을 놓고 봤을 때 근무시간 중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웠지만 사용자가 언제든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는 데다 근로자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쉬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을 하거나 공부를 했다고 휴게시간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위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에서 소개한 고시원 총무 사례에 관한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23. 선고 2017노922판결)도 위 판례의 사실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피고인(사용자)이 고소인(고시원 총무)들에게 휴게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시간을 미리 정해 주지 않은 점, 방문자나 새로운 세입자가 찾아오는 것은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고시원을 벗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점, 피고인은 특별한 시간의 제약이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업무지시를 고소인들에게 했다는 점 등의 사실관계가 인정됐고, 그러한 사정 하에서 법원은 고소인들이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했다고 해도 그것이 휴게시간이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대기시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흡연을 위한 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불인정


결국, 근무시간 중의 흡연을 위한 이석이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에 반하는 것이라면 근로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사용자가 근무시간 중 흡연을 위한 이석을 허용하지 않아 왔다는 사정이 명확하다면, 흡연을 위해 이석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사업장 내에서 사용자가 근무시간 중의 흡연을 어느 정도 허용해 왔거나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하여온 사정이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소급해 근로시간이 아니라며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와 같이 근무시간 중의 흡연을 허용했거나 묵인해온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방침을 바꾸어 '향후 근무시간 중 흡연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이석을 허용하지 아니할 것'을 분명히 하고, 실제로 근무시간 관리를 엄격히 해나간다면, 근무시간 중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운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위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18년 9월호에 실린 박재우 변호사(법무법인 율촌)의 글을 재인용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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