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사무실? 폐쇄형 사무실? 답은 '절충'이다

2018. 09. 12

정보

 

 

오늘날 칸막이를 없애고 사무실의 모든 공간을 개방한 오픈 오피스는 협업과 소통을 강조하는 회사들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글 등의 실리콘밸리 기업 등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IFMA(International Facility Management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70퍼센트 가량의 미국 사무실들에는 이제 파티션이 아예 없거나 아주 낮은 것들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개방형 사무실은 소통이나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단 번스타인 교수와 스티븐 터번 교수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기존 사무공간과 비교했을 때 오픈 오피스 공간에서의 대면 상호작용이 오히려 70%나 줄었고, 대신 이메일 발송이 20~50% 증가했다. 개방형 사무실이 ‘사무실의 미래’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오픈 오피스는 오히려 사무실의 ‘과거’다

 


1937년 칸막이 도입 전 오픈 오피스 (출처 위키피디아)

 


역사적으로 보면 오픈 오피스는 오히려 '사무실의 과거'라고 할 수 있다. 사무실 개념이 애초에 '오픈 오피스'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사무실이라는 개념은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급격히 전신, 철도 등의 사회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기존보다 먼 거리까지 비즈니스의 범위가 확대됐다. 급격히 늘어난 전화나 문서작성 같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사무 노동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들을 지시 감독하기 위한 대형 사무실이 등장했다. 초기 사무실은 마치 공장처럼 사람과 테이블이 빼곡하게 들어선 오픈 오피스 형태였다.

 

이러한 오픈 오피스를 보완하기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로버트 프롭스트, 허먼 밀러 등의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내놨다. 그중에서 로버트 프롭스트와 허먼 밀러가 도입한 '액션 오피스' 개념은 사무실 개념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프롭스트는 사무실에서 직원이 처리하는 업무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으니 직원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무 환경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먼 밀러와 함께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하고 책상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액션 오피스' 제품을 1963년 내놓았고, 1967년에 '큐비클'이라는 칸막이를 통해 개인용 공간을 더욱 확보할 수 있도록한 두 번째 버전을 내놓았다.

 



Action Office 시스템이 적용된 사무실 (출처 Hermanmiller.com)

 


사무실에 개인 공간을 도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일대 혁신이었다. 1967년 출시된 '액션 오피스 2'는 2005년까지 총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큐비클' 개념의 성공을 여러 회사들이 복제하면서 곧 사무실 내 칸막이의 과잉으로 이어졌고 좁은 공간에 갇힌 사무직 노동자만이 남았다.

 

효율성을 위해 칸막이에 직원들을 가둬두는 비인간성과 소통 부재의 문제가 새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강조하던 실리콘 밸리의 IT기업들이 칸막이를 없애며 다시 오픈 오피스 개념을 부활시켰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오픈 오피스' 개념인 것이다.

 

 

샤이엇의 실패한 오픈 오피스 실험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오픈 오피스’ 구조는 협업과 소통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사무환경 전략이다. 벽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구축 비용도 절감되고 초기 오픈 오피스 개념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관리자가 직원들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과도하게 개방된 오픈 오피스는 협업 업무에는 유리하지만 보안이 필요한 업무나 집중해야 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시각적·청각적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연구결과로 보고되기도 했다.

 

 

 

TBWA 샤이엇데이컴퍼니가 집행했던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었다. TBWA 샤이엇데이컴퍼니의 수장 제이 샤이엇은 사무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1990년 대 중반,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을 비롯해 많은 브랜드 아이콘을 만들어낸 광고회사다). 사무실의 구조를 오픈 오피스의 극단까지 밀어붙여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실험해 보는 것이었다.

 

샤이엇이 구상한 새로운 사무환경 전략은 사무실의 모든 벽과 칸막이, 책상과 개인 컴퓨터를 없애고 공용 책상과 공용 컴퓨터를 쓰게 해 궁극의 열린 사무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새로운 사무환경은 다양한 문제점과 구성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새로운 사무환경을 소화하기에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인식이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직원은 다음 날도 계속 같은 컴퓨터를 쓰기 위해 밤새 그 컴퓨터를 숨겨두기도 했고 다른 직원은 아침 일찍 도착해 노트북을 대여받은 후 자신의 사물함에 보관해 놓고 몇 시간 후에 업무를 시작하기도 했다. 또 업무공간의 구획이 다 사라져 과다한 소음에 노출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샤이엇의 새로운 오피스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오픈 오피스의 정반대의 전통적인 폐쇄형 사무공간, 즉 벽과 구획으로 나누어진 사무환경도 대안으로 제시해봤지만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사원들은 업무 형태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오픈형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중할 수 있는 폐쇄형 공간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도 느꼈다. 즉 좋은 사무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사무실이 개방형이어야 하는가, 폐쇄형이어야 하는가의 논의를 넘어 기업이 일하는 장소와 방식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지가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실험이었다.

 


개방형 사무실과 폐쇄형 사무실의 절충

 

 

1)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들의 사생활과 생산성을 위해 개인형 공간이 강조된 사무실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2010년부터 테스트를 시작해 2014년, 개방형 디자인을 적용한 10개의 사옥을 새로 개장했다. 초기 설계는 팀을 기반으로 한 완전한 개방형이었다. 한 공간에 16~24명의 엔지니어가 배치됐다. 그러나 곧 개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개방형 공간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워서 그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아예 하루 종일 헤드폰을 쓰고 자신을 방해하는 동료들을 차단하기도 하는 직원도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몬드 캠퍼스 (출처 위키피디아)

 

이후 직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방형 공간을 8~12명 규모로 줄이고, 개인 공간을 훨씬 많이 늘렸다. 근 몇 년 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Azure 사업은 급성장했으며, 담당자 마이클 포드는 이러한 형태의 사무실이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였으며 현재 회사에 가장 알맞은 구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레드몬드, 워시 등 주변 지역의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에도 이러한 새로운 사무실 디자인의 적용률을 5년 내로 20%에서 80%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 GS리테일

 

 


무빙월 펼침 전 후 (출처 퍼시스)


GS리테일 동북부 지사도 좋은 사례다. 동북부 지사의 영업직 군은 현장 기반의 업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모두 사무실로 출근한다. 나머지 요일에는 각자가 담당하는 현장으로 직접 출근하는 비율이 높다. 전체 인원이 사무실로 모이는 월요일에는 전국 사업소와의 회의를 시작으로 팀 업무협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회의공간은 물론 작은 규모의 회의공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의 요일에는 다양한 시간대에 자유롭게 출근한 인원들이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높아 업무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GS리테일은 이 점에 착안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회의공간과 업무공간으로 호환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오피스를 도입했다. 공간의 구획을 변경할 수 있는 무빙월(moving wall)과 이동식 데스크를 배치해 사용자가 이용목적에 따라 개방된 대공간이나 작은 규모로 나뉜 소규모 회의 공간, 또는 개인 업무공간으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구성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창의협업공간’을 만들었다. 혼자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1인 휴게공간도 두어서 구성원의 재충전도 배려했다. 업무 특성을 면밀하게 반영한 계획안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 이용 효율 또한 높이는 효과도 있다.

 


사무실 형태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다


집중을 돕는 닫힌 공간과, 협업을 촉진하는 열린 공간을 고루 배치해 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공간 전략은 중요하다. 이는 퍼시스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겐슬러(Gensler)와 함께 사무환경의 주요 트렌드를 연구한 리서치 보고서 ‘Workplace Planning Trends Report’에서도 중요한 트렌드로 지목된 바 있다.

 

겐슬러가 4000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혁신적인 업무 성향을 보이는 그룹의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한 그룹의 구성원들보다 일할 공간과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공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의 업무 집중이 높아져 업무방해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혁신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따라서 단순히 폐쇄형이냐 개방형이냐를 따질 것이 아니다.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간들을 다양하게, 균형 있게 구성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사무실 구성을 체크해야 한다. 업무 특성과 필요에 따라 직원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공간과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하고 효율적인 사무환경 구성의 첫 번째 고려 사항이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 에 실린 '따뜻한 가구, 똑똑한 오피스 '권위의 자리'에 소통이 위치한다'와 <Vox>의 콘텐츠 'Open offices are overrated'와 를 참고해 작성한 오종택 기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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