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가 가능한 저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2018. 03. 07

정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필자가 본고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판례' 검토다. 그러한 논의에 보탬이 되고자 저성과자 해고를 정면으로 다루었던 선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 아직 소송이 계속 중이기는 하지만 최근 선고된 유사 선례도 간략히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미리 밝혀두면 두 사건 모두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사례다.  
 
A사 저성과자 해고 사건
 
전자-통신 제품 제작-판매업을 하는 A사는 저성과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다. 해고의 근거가 된 취업규칙 규정은 '제25조(해고) (1)근무성적 또는 업무능률이 현저하게 낮을 때'인데 같은 조 (4)항이 '징계에 의해 해고처분을 받았을 때'인 것을 보면 이 사건 해고는 징계해고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상 직원은 2009년 2월경 입사해 근무 중 2014년초 A사가 1년 단위로 실시하는 역량향상 과정 대상으로 선정되어 입사했다. A사는 2014년 역량향상 과정을 도입했는데, 직전 3개년 평가를 기준으로 3개년 연속으로 하위평가를 받은 직원들을 입과 대상으로 선정했다(전 직원의 0.3% 가량의 직원이 선정됐고, 입사 기준 5년 미만자는 제외됨). 
 
역량향상 과정은 첫 1차 집체교육(1개월), 현업에서 1차 맞춤형 과업 수행(3개월), 성과 평가 후 기준 통과자 업무 복귀, 기준 탈락자 대상 2차 집체교육(1개월), 현업에서 2차 맞춤형 과업 수행(3개월), 성과평가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대상 직원은 첫 2개년 평가(절대평가로 상, 중, 하로 평가됨)에서 각각 '중', '하' 등급을 받았고, 그 이후 2년 동안 평가(상대평가로 S, A, B, C, D로 평가됨)에서 모두 'D' 등급을 받아 역량향상 과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 직원은 역량향상 과정에서 역량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지 못해1차 평가에 이어 2차 평가도 통과하지 못했고, 2014년 평가에서도 D 등급을 받았다. 이후 대상 직원은 2개월간 대기발령을 거치는 기간 동안에도 마땅한 직무를 찾을 수 없게 됐고, 결국 위에서 본 사유로 해고됐다.
 
한편, 특기할 만한 점은 저성과로 인한 해고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상 직원들이 대체로 장기근속자였던 것과 달리 이 사건의 대상 직원은 입사 6년차인 직원이었다.
 
 
상당 기간 동안 낮은 등급의 평가가 영향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1)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가 가능한가, (2)해고가 가능하다고 할 정도의 저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3)대상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가 공정하였는가, (4)역량향상 과정의 목적이 직원의 역량향상인가 직원의 퇴출인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 승소라는 결론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은 쟁점(1)에 관해 해고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쟁점(2)가 핵심이었는데, 법원은 대상 직원에 대한 연도별 인사평가자료 및 역량향상 과정에서 작성된 평가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고, 평소 근무태도와 함께 역량향상 과정 및 그 이후 대상 직원이 보인 태도, 즉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스스로 이직 의사를 밝히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해 대상 직원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인 '사원의 근무성적 또는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낮을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쟁점(3)은 쟁점(2)에서 저성과 판단의 잣대로 삼은 평가자료의 공정성 및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법원은 ①평가과정에서 평가자들이 남긴 구체적인 코멘트, ②부여된 업무의 난이도 및 대상 직원에 대한 적합성, ③복수의 평가자들이 몇 년간 연속적으로 비슷한 취지의 평가를 한 점, 상대평가 방식의 불합리성을 보정할 수 있는 장치(불합리를 고려한 평가등급의 조정 가능성)가 있었던 점, ④역량향상 과정이 실시된 점, ⑤인사평가에는 본질상 어느 정도 추상성을 내포하고 평가자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상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가 불공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쟁점(4)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역량향상 과정을 운영하는 다른 모든 기업에서 논란이 되는 것인데, 입과하는 직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결국 직원들을 퇴출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①역량향상 과정은 약 1년간 논의와 준비 과정을 거쳐 도입-시행된 점, ②역량향상 과정의 집체교육 프로그램은 실제 업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대상 직원들을 포함한 입과 대상 직원들의 설문조사에서도 업무에 유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점, ③입과 대상 직원들 중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현업으로 복귀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역량향상 과정은 입과 대상 직원들을 퇴직시키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는 그 자체로 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근로기준법은 제23조 제1항을 통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해고를 제한하고 있을 뿐 해고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법원이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가 가능하다고 본 것에는 특별히 법적인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결국 저성과와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의 관계가 문제되고 이는 위 쟁점(2)에서 본 것처럼 법원은 어느 정도의 저성과에 이르러야 해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 사건을 통해 보면, 법원은 상당 기간 동안 낮은 등급의 평가가 누적되었는지, 낮은 등급 부여의 이유가 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요소들이 무엇인지, 대상 직원이 근로계속이나 역량향상에 대하여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역량향상 프로그램 실시, 역량향상 프로그램의 내용, 직무재배치 노력 등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노력이 어느 정도 진지하고 직원을 배려하여 이루어졌는지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평가의 공정성에 있어서도 법원은 어느 정도 일관된 평가가 계속돼 왔는지, 평가의 기준, 즉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대상 직원에게 적합하고 노력을 통해 목표 달성 가능한 것인지, 상대평가 등 평가의 불합리를 사후에 조율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등을 고려요소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배려조치냐 퇴출을 위한 수단이냐 문제되는 역량향상 과정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법원은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 입과 직원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 프로그램을 마친 후 현업으로 복귀하는 비율 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B사 저성과자 해고 사건
 
최근 하급심법원에서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동 판결의 사안을 보면 수년간 꾸준히 최하 등급의 인사평가를 받은 직원이 해고되었다. 직무재배치 교육을 거쳐 실제 업무에 재배치되었음에도 최하 등급의 인사평가를 받았으며, 평가의 공정성이 부정되지 않았고, 직무재배치 교육이 직원의 퇴출 목적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앞에서 소개한 사안과 유사한 점이 많다.
 
반면에 통상해고가 아닌 징계해고의 방식을 취한 점(위 판결에서 해고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별도로 징계양정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다), 대상 직원이 거의 20년 가까지 장기근속한 직원들인 점 등에서 앞의 사례와 차이점이 있다. 향후 상급심 법원에서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성과 직원의 업무 역량강화 노력이 중요 
 
두 가지 사례만을 통해 법원의 입장이 이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두 가지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사항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사용자측에서 단기간 혹은 일시적인 낮은 인사평가를 저성과로 보아 해고사유로 삼게 되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인사평가 방법으로 상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고, 상대평가 그 자체가 가지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가자는 최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하고, 피평가자에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만 피평가자도 평가 결과를 납득하고 다음에는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여론으로, 실제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상, 중, 하로 등급이 나뉘는 평가를 하는 회사에서 '중' 등급을 부여 받은 직원에 대하여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중'은 사고만 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등급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중'은 중간은 했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답답해하곤 하는데, 단순히 상, 중, 하로만 나뉘는 평가에서 '중'을 받았고, 구체적인 평가내용이 없다면 제3자는 '중간 정도는 했다'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편, 평가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승진을 앞둔 직원에게 평가자가 인지상정으로 무조건 최고 등급을 부여하고 그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들도 이를 용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직원의 등급이 평소 주로 하위권이었다면 평가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관행적으로 이런 식의 평가가 이뤄져 왔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역량향상 교육 등은 실제로 대상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기획-운영돼야 한다. 집체교육 내용으로 리더십, 인간관계 등 다소 현업과 거리가 있는 내용이 일부 있는 것까지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주된 교육 내용은 대상 직원들에 대해 맞춤형으로 구성돼야 할 것이고 교육 과정에 계속해 피드백이 이뤄져야만 실질적인 역량향상 교육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 A사의 사례에서 집체교육 후 현업으로 복귀해 맞춤형 업무를 부여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역량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된 것은 참고할 만하다.
 
셋째, 사용자는 성과가 낮은 직원들에게 직무재배치 등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근로자보호라는 명분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이 한번 맺은 근로관계는 상호 존중 속에 유지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는 물론 사용자 측에서도 충분한 배려를 다 해야 할 것이다.  
 
위 콘텐츠는 월간 ‘노동법률’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인기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