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젊은 꼰대?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려면
2018. 01. 15
흔히 꼰대란 ‘내가 너보다 나이가 더 많으니까’, ‘내가 너보다 경험이 더 많으니까’와 같은 이유를 대며, 타인에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동안 조직생활에서 이 꼰대에 대한 주제가 빈번하게 다뤄졌다. 주로 상사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하면 젊은 세대들이 꼰대로 여기니까 조심해야 한다는 쪽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꼰대에 대한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후배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배들과 리더 역할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신규 리더들의 입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말이다.
왜 젊은 리더들은 후배에게 무관심해졌나
"뭐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기만 하면 '어휴, 저런 꼰대!'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질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섣불리 후배-부하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하거나 개입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도 그럴 것이, 요새 선배들의 발목을 잡는 여러 요인이 주위에 잔뜩 버티고 있다. 언론에서는 ▲젊은 꼰대가 많다 ▲예전 상사들에게 나쁜 것만 배워서, 윗 선배가 더 심하게 '갑질'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사를 하면, 바로 윗 사수가 가장 힘들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들이 눈에 띄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후배에게 애정을 가지고 돌봐주려 애쓰는 선배들에게 이와 같은 기사는 상처가 될 때가 많다.
조직에서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말 다면평가에서는 소수의 후배들이 개인적-구조적인 불만 때문에 극단적으로 낮은 평가점수를 주기도 한다. 물론 리더에 대한 피드백을 자유롭게 하기 힘든 우리나라 조직에서 다면평가는 리더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도구이다. 하지만 평가방법을 잘못 사용하고 악용하는 후배들이 있을 때, 선의의 리더가 자기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다보니 조직과 후배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봤자 '나에게 남는 게 뭐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무관심한 태도로 후배를 대하려는 젊은 리더들이 나타나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조직생활을 통해 의미를 찾고 싶고, 신뢰할 수 있는 선배에게 가치 있는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이와 같은 상황이 점점 더 실망감과 좌절감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젊은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과 같은 무관심 코스프레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 밀레니얼 세대들의 반응 특성(표현의 방법보다는 표현의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솔직성이 강조된 경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아무리 잘해줘도 고마운 것을 모르고, 받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긴다
거기에다가 예전의 나이 많으신 임원들이 주로 이야기했던, '스무살만 넘으면 인간은 안 변한다' '각자 알아서 자기 맡은 일 하면 되지' '모두 성인인데, 그렇게까지 다 가르쳐줘야 하나. 여기가 학교냐' '내가 말해봤자 변하겠나'라는 식의 포기하는 마음까지 더해지고 있다.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있는데, 어떻게 중간에서 만나야 할지를 몰라서 강 건너에서 상대방 탓만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만 있게 된다.
왜 후배 육성을 해야 하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있음에도, 조직에서는 계속해서 젊은 선배-리더들에게 부하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왜 그럴까? 시대가 변하면서, 리더의 역할이 일을 부여하고 평가만 하면 되던 역할에서, 일을 통해 사람을 키우고 육성하는 Mentor-Coach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흔하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코치 역할을 해서 후배들에게는 좋을 수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좋은 건 없잖아'라는 생각이 없어지기는 힘들다. 무관심하면 중간은 갈텐데, 괜히 잘해보겠다고 끼어들었다가 꼰대라고 욕만 먹고, 리더십 평가점수만 바닥에 깔면, ‘나에게 남는 건 뭐지’ 라는 말이 나오기 일쑤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데 나한테 좋은 게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조직의 리더로서 하는 육성행동에는 분명히 본인에게 좋은 효과가 존재한다. 청소년들이 또래상담자 훈련을 받은 후에, 친구들의 상담자 역할을 해주는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있다. 또래상담의 효과를 분석해보면, 또래상담자가 상담 활동을 하면 자기 자신이 건강해지고 성숙해지는 효과가 가장 크고, 그 영향이 확장되어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여파를 미친다고 한다.
성인 리더십 연구에도 리더가 부하직원을 육성하는 코칭 활동을 하면 조직이나 부하직원뿐 아니라 리더 자신의 역량수준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온다. 결국, 누군가를 키우는 활동은 '나'라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꼰대는 원래 괜찮던 사람이 나이 들었기 때문에 꼰대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과 가치를 강요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본인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꼰대질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젊었을 때부터 잘 살아야 꼰대소리를 안 들을 수 있다” 나이 들어서 잘하면 되겠지 했는데 젊었을 때부터 잘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깨달음이 다가왔다.
내가 원하는 선배의 모습을 그려보자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교육이나 코칭을 통해 젊은 선배-리더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정말 많이 듣고 있고, 어떨 때는 나도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는데요. 뭘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강조해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이다. 그러다보니 꼰대가 되지 않기 = Doing Nothing(무관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Doing Something(뭔가 해보기) = 꼰대짓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부정적인 무언가가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데 에너지가 더 많이 쓰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상사가 있을 경우, 그 상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시간이 1주 7일 동안 하루 24시간이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꼰대가 아닌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리더-선배의 모습'을 만드는 데에 시간을 써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가 만들어가기를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거다. 그래야만 그 사람의 행동양식에 대해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보도블록 금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으면 금은 안 밟을 수 있겠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또 내가 걸어가는 모습 또한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기 쉽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얻는 것도 없고 말이다. 결국 내 삶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신뢰를 주고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어라
가족과 같이 여겼다는 핑계를 대는 권위주의 갑질, 공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일방적이며 과도한 친밀감은 꼰대짓일 거고, 효과적인 방법을 쓴 것은 좋은 선배의 본받고 싶은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임원이나 팀장들에게 '예전에 본인이 만났었던 좋은 상사의 모습을 그려보라'라고 하면, 대부분 나를 믿고 기다려줬던 분, 내가 가지고 있는 니즈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던 분,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을 조성해주었던 분이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신뢰'와 '도움'이 아마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후배의 좋은 의도와 성장가능성을 믿어주고, 후배가 믿을 수 있는 네트워크로서 기능을 해주는 선배를 말한다.
누군가의 페이스북에서 본 것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권위적이기만 한 본인의 상사와는 달리 너무나 조직관리를 잘하는 옆 팀의 리더가 부러워서 질문을 해보았단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부하육성도 잘하느냐고. 그분이 망설이다가 대답한 것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지"였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도 나오지 않는가. 인민군 장교가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무엇인지를 묻자, 이장님은 신선 같은 흰 수염을 휘날리며 대답하셨다. "뭐를 마이 맥여야지."
본 콘텐츠는 ‘월간 HR Insight’의 박정민 COZY SUDA 대표/상담심리학 박사/전문코치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